[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11) 관시<4>] 파문처럼 퍼지는 확장성이 특징

입력 2017-01-09 17:49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중국의 관시는 서양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중국 사회학 대가 페이샤오퉁 선생의 견해를 발췌 소개해보면 “중국의 관시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 듯이 계속 확장해가는 반면 서양은 마치 장작 묶음 같아서 단지 그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파문의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지만 장작 묶음 중의 하나인 나는 존재감이 적다.”

서양의 그룹이나 동아리들은 특정한 목적을 공유하며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반면 중국의 관시는 오히려 목적이 한정돼 있지도 않을뿐더러 공식적으로 가입한 적이 없으므로 아예 탈퇴가 있을 수도 없다. 해석해 보면 어떤 목적 또는 이념, 분야 또는 취미 등을 굳이 공유해야 할 의무가 없이, 가입과 탈퇴의 부담없이 자유롭게 분야를 넘나드는 동시에 오랜 기간 그 관시의 성원이 된다.

여섯 번째 특징…강력한 원심력

경험상 중국인을 만나서 친구가 되면 그의 친구들과도 친구가 될 기회가 많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본다. 틈틈이 동료 또는 친구들을 만나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하는데 늘 모이는 인원은 소수다. 서로 바쁜 처지인지라 ‘효율적으로’ 다른 부류의 동료나 친구들을 섞어서 함께 자리를 만들라치면 봐야 하는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친구 잘 모르는데…”라며 불편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특별히 둘이 얘기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여럿이 만난다. 당초에 부르지도 않았고 그 전에 만난 적도 없고 심지어 사전에 귀띔도 안 주고 다른 이들을 여럿 데리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의 식사자리는 늘 여럿이 모이게 된다. 그렇게 만나지는 친구의 친구들은 다시 또 서로의 친구가 돼가며 관시가 돼 간다. 강력한 원심력이 작동하는 확장성이다

한편 중국에서의 이런 자리는 이방인인 우리에게는 매우 불편하지만 그래도 참고 참석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한 학자는 “중국에서 관시를 만드는 가장 일반적이며 좋은 방법은 선물 증정과 식사 초대”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말이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더더구나 모르는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하는 식사 자리인 ‘판쥐’(飯局)는 반드시 참석하기를 권한다. 때로는 표면상 단순히 음식을 나누고 농담만이 오간 의미 없는 모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고 관시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情由面生(정은 만나면서 생긴다)이라고 했다.

일곱 번째 특징…빈번한 활용

주재원으로 일할 때 정말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분야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때로는 최고위층과의 접촉도 필요했고 또 어떤 경우는 작은 조직의 낮은 직급 사람과의 소통도 필요했다. 이 모든 일은 당연히 중국 친구들, 관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한국 사람들은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데, 중요한 때를 위해서 (만남을) 아낀다”고 하는 이들도 많이 봤다. 그런데 실상은 충분한 관시가 형성이 안된 이들의 핑계인 게 태반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주 만나고 자주 서로 부탁을 해가면서 감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부탁할 때 역시 그 사람의 그릇(중국식으로는 ‘얼굴(面子)’)을 보고 그에 걸맞은 부탁을 하는 게 유리하다. 大材小用(대재소용)은 안된다.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백성을 천 일 동안 거두는 이유는, 단 한 번 군사로 쓰기 위함이다(養民千日用兵一時)”라는 말도 있다. ‘단 한 번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의미다. 事吃飯, 有事辦事(일이 없으면 밥을 먹고, 일이 있으면 일을 한다). 중국 사람들의 식사 자리의 특색을 설명하는 말이다. 전제를 간과하면 안된다. 바로 일이 있든 없든 늘 함께 만난다!

중국인 친구를 사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일을 가지고 부탁을 해온다. 혹은 “이제 우리 돈도 같이 벌어 보자”는 얘기들을 꺼낸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애초부터 의도적 접근’을 해왔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의도적이었다고 말하기에는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정말 성실하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고 자주 부탁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관시가 교환가능한 재화임을 기억하면 된다. 즉, 관시를 사용하고 그때마다 반드시 다른 재화로 보답하면 된다. 그렇게 서로의 예(정신적인 예의와 물질적인 예물을 다 포함한다)를 교환하면서 정을 쌓아가야 한다. 중국인들은 교환의 법칙을 중시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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